김동숭 선교사님의 북미 인디안 선교 사역에 대한 간절함이 담겨 있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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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캐나다 장로교단의 한인 목회자들을 대표하여 총무직을 맡았던 유 모 목사는 은퇴를 앞두고, 마니토바 주에 있는 한 보호구역에서 매주 자살자가 발생한다고 교단 본부에 보고가 들어 오는 것을 듣고는, 충격을 받아 은퇴전에 뜻있는 사역으로 목회인생을 마감하겠다는 각오로, 소속 교단에 선교사로 파송되기를 청원하여, 교단을 통해 그 보호 구역 근방 백인 거주지역으로 파송되었는데, 1년 만에 선교지에서 철수하고 말았다. 후일 철수 이유를 물었더니, 보호구역 상태가 얼마나 절망적이고, 소름끼치는지 자기 자신도 자살하고 싶은 충동때문에 견딜 수가 없어 사역을 포기하고 말았다는 고백을 들은 적이 있었다.
30년을 조국을 떠나 살면서, 조국이 웃으면 나도 웃었고, 화내면 나도 화가 났고, 울면 나도 울었다. 조국이 좋은 일로 1등을 하면 내 어깨가 으쓱 했고, 좋지 않은 일로 1등을 하면 내 몸이 오싹 한기를 느끼고, 부끄러운 일로 1등을 하면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슬픈 일로 1등을 하면 내 가슴이 눈물을 흘린다. 그 슬픈일 중의 하나가 바로 자살률 세계 1위! 청소년 불행지수 세계 1위이다. 그야말로 “자살 공화국”이다.
그러나, 아시고 계시는가? 북미 원주민 청소년들의 자살률은 북미 주류사회의 신문 지상에도, TV 뉴스에도 오르내리지도, 통계에 잡히지도 않은 채로 지구상 최고인 것을? 꽃다운 어린 청소년들이 미쳐 피어 볼 사이도 없이 너무나 쉽게 단 하나 뿐인 생을 포기한다. 자살 사건이 하도 많이 일어나니, 별로 슬퍼하지도 떠들어 대지도 않는다. 그저 일상적으로 일어 나는 일이거니하며 그냥 담담하게 지나가 버린다.
보호구역마다 초라한 공동 묘지들을 보게 되는데, 팻말을 살펴보면 십대들의 묘지가 너무나 많이 눈에 들어 온다. 보호구역 안에서 태어나면서 원주민 아이들이 경험하는 일들이, 원주민 기성세대 모두들이 절망에 빠진 채로 알콜중독, 마약 중독, 노름중독에 빠져 인생을 아무런 의미도 없이 살아가고 있고, 가정 폭력, 성폭력들이 너무나 난무하여 생지옥을 방불케하는 환경속에 자신들이 놓여져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속에서 원주민 청소년들은 바라 봐야할 인생 선배도 없이 아무런 희망도 꿈도 없이 힘겨운 삶을 살아가면서, 이 모든 악순환의 탈출구는 오직 생을 포기하는 것뿐이란 유혹과 충동을 받으면서 여러번의 시도 끝에 결국은 자살에 성공하는 형국이다.
그러한 암담하고 참혹한 사회인 보호구역에 그 어느 때부터인가 부터, 자신들과 피부 색갈과 모습이 비슷한 어린이, 청소년, 청년, 장년, 노년이 뒤섞인 무리들이 방문하여 한바탕 소동을 부리고는 떠나간다. 그들은 지금까지 보호구역안에서 보아 왔던 마을 사람들과는 전혀 달라 보였다. 해 맑은 미소들로 가득한 눈빛, 술이나 마약에 전혀 취하지 않은 활기 찬 걸음걸이와 친절한 몸짓들, 즐거운 게임과 춤과 연주와 이제까지 맛보지 못했던 생소하지만 처음 먹어 보는 맛있는 음식들, 조건없이 퍼붓는 선물, 사랑—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매년 그들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고, 그들이 믿는 신을 자신도 믿고 싶어 지고, 그들이 즐거워하는 삶을 나도 살고 싶어지면서 삶에 대한 의욕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싹트면서 자살의 영은 무의식 중에 영원히 떠나가 버린다.
캐나다 퀘벡주의 북쪽에 Lac Simon이라는 보호구역을 우리 선교팀들이 지금까지 16년째 사역하고 있는데, 한 10년째 쯤 되었을 때 그 곳 여추장인 Salome Mackenzie 가 우리 선교팀들이 합숙 훈련을 하고 있는 곳까지 찾아 와서는 전체 앞에서 말하기를 “우리 보호구역은 퀘벡주에서 알콜중독, 가정 폭력, 그리고 가장 높은 자살률로 악명이 자자했는데, 그동안 여러분들이 매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찾아와 주어서, 이제는 교회가 서고, 술, 마약 중독률이 현저하게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많은 마을 주민들이 생업에 종사하게 되고, 특히 청소년 자살이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도 “희망”이라는 것을 갖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하며 선교팀들을 일일히 안아주고 준비해온 선물을 나눠 주었던 일이 있었다.
그 한마디 말에 원주민 선교 10년째를 지나면서, 북미 원주민 선교가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닌가 하는 회의는 말끔히 가시고, 다시금 큰 용기를 기졌던 일이 지금도 생생하다.
필자는 그래서 북미 원주민 선교를 구조(求助) 선교(Rescue Mission)라고 부른다. S.O.S. 선교라고도 한다. 영혼구원 이전에, 일단 육신의 생명부터 구해서 시간을 벌어야 한다. 생명이 끊어진 시체에게 무슨 수로 복음을 전한다는 말인가? 그들이 S.O.S.를 소리없이 외칠 때에 주져 말고 달려가 일단 육신의 생명부터 구해 놓고 봐야 한다.
그들의 사정을 아는 선교사의 마음은 급하기만하다. 주님께서 우리 민족을 쓰시는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우리 민족은 베드로처럼 “빨리 빨리” 과에 속하기 때문이리라. 이웃이 어려움을 당하면 우리 민족은 눈물부터 글썽이고 가슴부터 쓸어 내리면서 손발부터 나간다. 생각은 나중에 한다. 계산도 나중문제다. 우선 뛰기부터 한다.
—“니 쉽사리 예수님을 영접 안해도 개안타. 쉽사리 교회를 세우지 않아도 개안타. 그저 아직 죽지만 말아 다오.”
—“예수님 좀 더디 오셔도 개안아요. 제발 시간만 좀 더 주세요. —”
필자가 북미주 모든 한인 교회들 가운데 북미 원주민 선교운동이 널리 널리 확산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세상에서 가장 넓은 땅덩어리인 캐나다와 미국에 무려 3000개의 원주민 보호구역이 있고, 미국에 780만, 캐나다에 150만의 원주민 들이 살고 있는데, 어떻게, 어느 천년에 한가하게 낚시질로 한사람 한사람을 구원시키겠는가? 몇몇 선교사들만으로 어느 시절에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겠는가? 지금 이시간에도 수많은 북미 원주민 청소년들이 목을 멜 동아줄을 찾고 있고 삼켜버릴 독약들을 몰래 감춰 두고 기회만 엿보고 있는데—.
주님은 북미 땅에 200만의 한민족을 전진 배치시키셨고, 4000개 이상의 한민족 이민교회를 세우셨다. 왜 그러셨을까? 세계 복음화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미전도 종족 선교 이론가들이 철저히 누락시킨 북미 원주민들을 북미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들만은 놓치지 말라는 뜻이 아니실까?
비록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은 마치 못 본것처럼 피하여 지나가 버렸지만, 이 땅에 살면서 두눈을 멀쩡히 뜨고, 강도 만난자들을 직접 육안으로 보고 있는 우리 북미주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들만큼은, 역사의 강도를 만나 반죽음(half death, coma)의 상태에 빠져 있는 북미 원주민들을 보고 다가간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기름(성령님)과 포도주(예수의보혈)로 치료하여 주고 여인숙(교회개척)으로 데려다 놓고, 두 데나리온(신약과 구약)으로 구하라는 뜻이 아닐까?
북미 원주민 선교사 김동승 선교사.